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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MI ZINENo.02밥상·먹거리

베트남 아내가 한국에 오면, 고수는 어디서 사지?

서울·경기·인천에서 베트남 식재료 구하는 법 — 인터넷, 동네 마트, 그리고 안산 원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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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약

Key Points
  1. 비자·집·가전 다음에 오는 현실적인 문제는 "오늘 뭐 먹지?" — 며칠 지나면 아내는 쌀국수가 그리워집니다.
  2. 느억맘·쌀국수면·라이스페이퍼 같은 보관식품은 인터넷, 고수·코코넛밀크는 동네 대형마트, 공심채·라우람 같은 채소는 베트남·아시아마트.
  3. 수도권의 강자는 안산 원곡동과 시흥 정왕동. 다만 "제일 유명한 곳"보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을 먼저 찾으세요.

국제결혼을 준비하다 보면 신경 쓸 일이 정말 많습니다. 비자 준비해야죠. 집도 준비해야죠. 가구와 가전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작 배우자가 한국에 입국하고 며칠 지나면 아주 현실적인 문제가 하나 등장합니다. "오늘 뭐 먹지?"

한국 사람에게는 별것 아닌 질문입니다. 냉장고를 열어 김치찌개를 끓이든, 된장찌개를 끓이든, 귀찮으면 배달앱을 켜면 됩니다. 그런데 베트남에서 이제 막 한국에 온 아내라면 조금 다릅니다. 김치도 낯설고, 된장도 낯설고, 반찬은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고…. 며칠은 재미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먹으라고 하면? 아마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쌀국수 먹고 싶다…."

김이 오르는 쌀국수 한 그릇. 한국에 온 지 며칠이면 이 생각이 납니다.
사진.김이 오르는 쌀국수 한 그릇. 한국에 온 지 며칠이면 이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한국에서 베트남 식재료, 도대체 어디서 구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01한국에서도 웬만한 베트남 음식은 해 먹을 수 있습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한국에서도 베트남 식재료를 꽤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쌀국수면, 라이스페이퍼 정도는 동네 대형마트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인터넷을 검색하면 느억맘부터 맘똠까지 나옵니다. 문제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갔을 때입니다.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베트남 음식은 보통 쌀국수 + 월남쌈 정도입니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이 매일 쌀국수와 월남쌈만 먹고 사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우리도 외국인이 "한국 사람은 매일 불고기와 비빔밥 먹죠?"라고 하면 조금 당황스럽잖아요. 베트남도 똑같습니다. 진짜 베트남 가정식을 만들기 시작하면 처음 보는 채소와 소스 이름이 하나둘 등장합니다.

월남쌈(고이꾸온). 한국 사람이 아는 베트남 음식은 대개 여기까지입니다.
사진.월남쌈(고이꾸온). 한국 사람이 아는 베트남 음식은 대개 여기까지입니다.

02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인터넷

먼저 온라인입니다. 요즘은 네이버쇼핑이나 쿠팡에서 베트남 식재료를 검색하면 정말 많은 제품이 나옵니다. 특히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식품은 굳이 베트남마트까지 갈 필요가 없습니다.

  • Nước mắm(느억맘) — 베트남 피시소스
  • Bánh phở(반퍼) — 쌀국수 면
  • Bún(분) — 가는 쌀국수
  • Bánh tráng(반짱) — 라이스페이퍼
  • Mắm tôm(맘똠) — 발효 새우소스

여기에 베트남 커피, 연유, 칠리소스, 코코넛밀크, 쌀가루, 타피오카전분 등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작은 팁 하나. 한국어로 검색했는데 안 나오면 베트남어로 검색해 보세요. "베트남 피시소스"와 "Nước mắm"은 결과가 꽤 다릅니다. 아내에게 "이거 베트남어로 뭐라고 검색해야 돼?"라고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를 수도 있습니다. 남편은 검색 담당, 아내는 제품 감별 담당. 벌써 역할 분담이 됩니다.

03기본 재료는 동네 대형마트로 충분

쌀국수면이나 라이스페이퍼를 사기 위해 매번 안산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 요즘 대형마트에 가면 동남아 식품 코너가 제법 잘 되어 있습니다. 라이스페이퍼, 쌀국수면, 피시소스, 스리라차 계열 소스, 코코넛밀크 정도는 쉽게 볼 수 있고 매장에 따라 고수도 판매합니다. 그래서 가끔 베트남 음식을 만들어 먹는 정도라면 동네 마트로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베트남 가정식을 만들기 시작하면 난이도가 조금 올라갑니다. 범인은 대체로 채소입니다.

한국 남편의 저녁 — 김치찌개. 처음 며칠은 재미있지만 매일은 힘듭니다.
사진.한국 남편의 저녁 — 김치찌개. 처음 며칠은 재미있지만 매일은 힘듭니다.

04진짜 문제는 채소다

어느 날 아내가 말합니다. "라우무옹 사러 가자." 라우무옹? 처음 듣는 남편은 휴대폰부터 꺼냅니다. 검색해 보면 공심채입니다. 그다음에는 라우람이 나옵니다. 또 검색합니다. 다음은 훙꿰. 또 검색…. 베트남 요리를 배우다 보면 남편의 베트남어 실력보다 채소 이름이 먼저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 Rau muống(라우무옹) — 공심채
  • Rau răm(라우람) — 베트남 요리에 많이 쓰는 향채
  • Húng quế(훙꿰) — 베트남 바질 계열
  • Sả(싸) — 레몬그라스

그리고 베트남 고추, 그린 파파야, 바나나꽃 등도 있습니다. 이 정도가 되면 일반 마트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때 등장하는 곳이 베트남마트와 아시아마트입니다.

쌀국수 옆에 오르는 향채들. 진짜 베트남 가정식은 이 채소들에서 시작됩니다.
사진.쌀국수 옆에 오르는 향채들. 진짜 베트남 가정식은 이 채소들에서 시작됩니다.

05서울·경기·인천, 어디로 갈까

서울에서는 먼저 동대문·창신동 일대를 찾아볼 만합니다. 외국 식품점과 아시아 식품점이 있어 일반 마트에서 보기 힘든 식재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태원도 수입식품을 찾기 좋은 곳입니다. 다만 이태원은 베트남 전문이라기보다는 "세계 각국 음식 다 모여라!"에 가까운 곳입니다. 서울 서남부에 산다면 대림동이나 금천·구로권의 아시아마트를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금천·구로·광명 쪽이라면 평소에는 가까운 아시아마트를 이용하고, 제대로 장을 봐야 할 때 안산으로 내려가는 방법도 괜찮습니다.

베트남 식재료를 제대로 구하고 싶다면 기억해 둘 곳이 있습니다. 안산 원곡동. 수도권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다문화 상권입니다. 여러 나라의 식당과 식료품점이 모여 있어서 특정 마트 하나를 찍어서 가는 것보다 거리를 둘러보면서 장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처음 가는 한국 남편에게는 해외여행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평소 마트에서는 볼 수 없던 소스가 줄줄이 있고, 처음 보는 채소가 있고, 냉동고를 열면 정체를 알기 어려운 식재료도 등장합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베트남 아내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거 맛있어." 이럴 때는 아내 말을 믿으시면 됩니다. 원곡동의 장점은 신선채소부터 냉동식품, 생선, 육류, 향신료까지 한꺼번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베트남 길거리 밥상. 안산 원곡동에 가면 이 냄새가 납니다.
사진.베트남 길거리 밥상. 안산 원곡동에 가면 이 냄새가 납니다.

안산과 함께 기억해 둘 곳이 시흥 정왕동입니다. 이곳 역시 외국인 주민이 많아 베트남마트와 아시아마트를 찾기 좋은 지역입니다. 매주 갈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에는 인터넷으로 느억맘, 면, 커피 등을 주문하고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함께 가서 채소나 냉동식품을 사오는 식으로 이용하면 됩니다. 장보기도 하고, 베트남 음식도 먹고 오면 작은 나들이가 됩니다.

수원에서는 수원역 주변과 권선구 일대, 화성은 병점·진안동을 비롯해 산업단지 주변에서 아시아 식품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천에서는 연수구와 미추홀구·주안 일대, 김포·부천 등 경기 서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인 주민이나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지역에는 자연스럽게 아시아 식품점이 생깁니다. 꼭 유명한 마트를 찾아갈 필요도 없습니다.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을 열고 ‘베트남마트’ ‘베트남 식품’ ‘아시아마트’ ‘외국인마트’라고 검색해 보세요. 의외로 집에서 10~20분 거리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일 유명한 베트남마트가 어디지?"를 찾는 것보다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베트남마트가 어디지?"를 먼저 찾아보는 것입니다. 자주 장을 보려면 결국 가까운 곳이 최고입니다.

06가장 편한 방법은 3단계 장보기

베트남 식재료를 전부 한 곳에서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귀찮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나누는 것을 추천합니다.

  1. 평소에는 인터넷 — 느억맘, 쌀국수면, 분, 라이스페이퍼, 커피, 연유, 소스처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제품
  2. 간단한 것은 동네마트 — 고수, 코코넛밀크, 라이스페이퍼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
  3. 제대로 장보는 날에는 베트남마트 — 공심채, 라우람, 베트남 바질, 베트남 고추, 각종 냉동식품처럼 구하기 어려운 것

이렇게 하면 굳이 매번 먼 곳까지 갈 필요가 없습니다.

07입국 전에 느억맘을 10병씩 사놓지는 마세요

베트남 배우자의 입국을 준비하면서 "내가 완벽하게 준비해 놓아야지!" 하고 베트남 식재료를 잔뜩 주문할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느억맘도 브랜드가 많고 사람마다 좋아하는 맛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람도 간장, 된장, 고추장 브랜드 취향이 다르잖아요. 베트남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본적인 것만 준비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느억맘 한 병, 쌀국수면, 분, 라이스페이퍼, 칠리소스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아내가 한국에 오면 함께 마트에 가보세요. "먹고 싶은 거 골라." 아주 평범한 말입니다. 하지만 낯선 나라에 막 도착한 사람에게는 꽤 반가운 말일 수 있습니다.

08국제결혼의 진짜 생활은 공항에서부터

국제결혼을 준비할 때는 온통 큰일만 보입니다. 맞선은 어떻게 하지? 결혼식은? F-6 비자는? 한국 입국은 언제 하지? 그런데 그 모든 절차가 끝나면 갑자기 아주 작은 문제들이 시작됩니다. 오늘 저녁은 뭘 먹을지. 장을 어디에서 볼지. 아플 때 어느 병원에 갈지. 베트남에 있는 가족에게 어떻게 연락할지. 한국의 겨울옷은 어디에서 살지. 사실 결혼생활은 이런 것들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음식도 단순히 음식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낯선 한국생활에 지친 날, 집에서 익숙한 냄새가 나고 자신이 좋아하던 베트남 음식이 식탁에 올라오는 것. 그것만으로도 꽤 큰 위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도 좋은 일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이 풀은 대체 뭐야?" 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마트에서 "오늘 라우무옹 살까?"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김치 옆에 베트남 음식 하나. 다문화가정의 식탁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사진.김치 옆에 베트남 음식 하나. 다문화가정의 식탁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그렇게 서로의 생활이 조금씩 섞여갑니다. 한국 사람이 베트남 사람이 될 필요도 없고, 베트남 사람이 한국 사람이 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 집 식탁에 김치찌개 옆에 베트남 음식 하나가 자연스럽게 놓일 수 있으면 됩니다. 어쩌면 다문화가정의 시작은 거창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식탁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간단히 정리하면

Quick Map
  1. 서울 — 동대문·창신동 / 이태원 / 대림·금천·구로권
  2. 경기 남서부 — 안산 원곡동 / 시흥 정왕동
  3. 수원·화성 — 수원역·권선구 / 병점·진안동 및 외국인 밀집지역
  4. 인천 — 연수구 / 미추홀·주안권
  5. 김포·부천 등 경기 서부 — 외국인 거주지역 및 산업단지 주변 아시아마트

가장 편한 방법은 역시 온라인 + 집 근처 아시아마트 + 가끔 베트남 전문상권, 이 조합입니다. 베트남 식재료 구하기, 처음에는 조금 복잡해 보여도 한두 번 해보면 별것 아닙니다. 어쩌면 문제는 식재료를 어디서 사느냐보다 다른 데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내가 만든 베트남 음식에 고수를 얼마나 넣을 것인가. 그 문제는 부부가 알아서 잘 합의하시기 바랍니다. :)

※ 베트남·아시아마트는 이전이나 폐업, 영업시간 변경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방문하기 전 네이버지도·카카오맵 등에서 현재 영업 여부를 확인해 주세요.
※ 사진: Pexels (무료 라이선스) — Tranmautritam, Quang Nguyen Vinh, Cynthia Ortega Espinosa, pexlao, Henry Tran, maka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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