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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TLEMENT NOTENo.09가족 관계

말은 서툴러도, 어른입니다

한국어가 익숙해질 때까지 존중을 미뤄 두지 않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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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약

Key Findings
  1. 한국어 표현이 서툰 것과 생각이나 판단이 미숙한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2. 사람은 상대의 말이 얼마나 쉽게 귀에 들어오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능력까지 다르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3. 쉬운 말로 설명하는 일과 어른으로 존중하는 일은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의견을 묻고 선택을 기다려 주세요.
"우리 며느리는 한국말 하는 게 꼭 애기 같아요."

애정에서 나온 말일 것입니다. 발음이 귀엽고,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하시는 이야기지요.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내가 한국 생활에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 하나하나 챙겨 주게 됩니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돕는 시간이 길어지면 어느 순간 말투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묻기 전에 대신 정하게 되고, 설명이 길어지면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 해"라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같은 질문이 두 번째로 돌아오면 "이것도 아직 몰라?"라는 답답함이 얼굴에 비치기도 합니다.

악의는 없습니다. 다만 받는 사람에게는 다르게 닿습니다. 도움을 받는 것은 고맙지만, 어른으로 대우받지 못한다는 느낌은 그와 별개로 서운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01한국어를 배우는 중에도, 그 사람의 삶은 이미 진행 중입니다

결혼이민자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자기 삶을 살아온 사람입니다. 학교를 다녔고 일을 했고 가족을 돌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선택을 스스로 해 왔습니다. 좋아하는 것과 견디기 어려운 것,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지키고 싶은 자존심도 당연히 있습니다. 실태조사가 기록한 정착의 궤적을 보면, 그 삶은 입국과 함께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이어져 온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오자이를 입고 학교 복도를 걸어가는 베트남 여성들 — 한국에 오기 전에도 그 사람의 삶은 이미 진행 중이었습니다
사진.한국어를 배우기 전에도 그 사람에게는 학교와 일과 가족이 있었습니다.

한국어로는 "나 싫어요"라는 다섯 글자밖에 나오지 않더라도, 그 안의 이유까지 다섯 글자인 것은 아닙니다. 어디가 불편했는지, 무엇이 서운했는지, 어떻게 바뀌면 괜찮아지는지 설명하고 싶은데 알맞은 단어를 찾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외국의 병원 접수대에서 서툰 영어로 증상을 설명하던 때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문장이 매끄럽지 않았다고 해서 그동안 살아온 경험이나 판단력이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직원이 어린아이를 달래듯 말하며 정작 우리 의사는 묻지 않았다면, 그 자리를 어떤 기분으로 나왔을지 짐작이 됩니다.

배우자가 남편보다 나이가 어릴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가진 성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나이 차이와 한국어 실력이 부부 사이의 결정권까지 정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02말이 서툰 사람을 생각까지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유

사람은 상대가 하는 말의 내용만 듣지 않습니다. 그 말이 얼마나 쉽게 귀에 들어오는지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수월함을 '처리 유창성'이라고 부릅니다.

로베티와 동료들이 2023년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영어 문장을 듣는 사람들이 내용을 알아듣기 어렵거나 듣는 데 더 많은 노력이 들 때 말하는 사람의 유능함과 친근함까지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다만 그 관련성은 크지 않았고, 말하는 사람의 실제 능력을 측정한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상대를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살펴본 연구였습니다.

이 결과를 가정의 대화에 비추어 보면 돌아볼 지점이 하나 생깁니다. 내가 상대의 말을 알아듣기 어렵다는 이유로, 상대의 생각까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물론 이 연구가 한국의 외국인 며느리를 아이처럼 대하는 현상을 직접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영어권에서 억양을 달리하는 말을 듣는 상황을 다룬 실험이고, 가족 관계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말이 전달되는 방식이 사람에 대한 인상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우리 집 식탁에서도 충분히 기억할 만합니다.

"아내는 이런 걸 잘 몰라요"라는 생각이 들 때 한 번만 더 확인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정말 내용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그 내용을 설명할 한국어가 아직 부족한 것인지요. 언어 장벽은 생각보다 낮고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는 통계도 함께 참고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03아껴 주는 마음도, 의견을 건너뛰면 서운해집니다

  • "어려우니까 내가 다 해 줄게."
  • "너는 아직 모르니까 가만히 있어."
  • "우리 며느리는 착해서 시키는 대로 잘해요."

모두 챙겨 주려는 마음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말이 쌓이면 당사자는 자기 생각을 꺼낼 자리가 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설명되지 않은 기대가 갈등의 진짜 이름이라는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조심할 일이 몇 가지 있습니다. 본인이 바로 앞에 있는데 남편에게만 묻는 것, 서툰 발음을 따라 하며 웃는 것, 다른 의견을 내면 "아직 어려서 그래"라고 덮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되받아치지 않았다고 해서 마음까지 괜찮았던 것은 아닙니다.

글루셰크와 도비디오가 2010년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미국에서 비원어민 억양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낮은 소속감 사이의 관련성이 보고되었습니다. 한국의 가족 관계를 그대로 설명하는 자료는 아니지만, 언어 문제를 발음이나 문법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는 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가정에서 필요한 질문도 "우리 말을 얼마나 알아듣는가"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 사람은 우리와 함께 있을 때, 자기 의견도 소중하게 받아들여진다고 느낄까?"

귀여워하는 마음에 이 질문 하나가 더해지면 좋겠습니다.

04쉬운 말로 설명하면서도 충분히 존중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가족에게는 짧고 분명한 문장이 도움이 됩니다. 한 번에 한 가지씩 이야기하고, 답을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때의 어조와 태도를 성인과 대화할 때처럼 지키는 일입니다.

무심코 하기 쉬운 말이렇게 말해 보세요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내가 다른 말로 설명해 볼게."
"너는 모르니까 내가 정할게.""선택할 수 있는 게 두 가지야. 설명해 줄게. 어떻게 하고 싶어?"
"말이 안 되잖아. 다시 말해 봐.""내가 잘 못 알아들었어. 천천히 말해 줘도 괜찮아."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요.""한국어로 설명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본인 생각을 들어 볼게요."
표 1.무심코 나오는 말을 바꿔 보기

상대가 말을 꺼냈다면 문장이 끝날 때까지 조금 기다려 주세요. 대화마다 발음을 고쳐 주기보다, 먼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들어 주시는 편이 좋습니다. 표현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는 본인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생활비, 취업, 임신과 출산, 부모님과의 동거처럼 삶의 방향이 걸린 일은 더욱 그렇습니다. 설명이 오래 걸려도 본인이 이해하고 의견을 말할 기회를 충분히 가져야 합니다. 가족센터의 통·번역 서비스나 다누리콜센터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고개를 끄덕였다는 이유만으로 전부 이해하고 동의했다고 보지 않는 신중함도 필요합니다.

남편이 부모님께 이렇게 말씀드릴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 아직 한국말로 길게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그래요. 아내 생각도 들어 보고 같이 정할게요."

이 한마디가 배우자에게는 '내 이야기를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안도감으로 남습니다. 행복한 국제결혼의 조건을 찾은 연구들이 공통으로 짚는 지점도 이와 같습니다.

05배우자가 한국어를 배우는 동안, 가족은 듣는 법을 배웁니다

앞서 소개한 2023년 연구에서는 낯선 억양의 말을 계속 듣는 동안 듣는 사람이 들이는 노력이 줄어드는 현상도 함께 관찰되었습니다. 대화가 편해지는 과정에는 말하는 사람의 연습만 있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적응도 있다는 뜻입니다.

여러 나라 말로 인사가 적힌 노트와 연필을 든 손 — 배우자가 한국어를 배우는 동안 가족도 듣는 법을 배웁니다
그림.언어를 배우는 일은 한쪽만의 숙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가정에서도 "한국어를 빨리 배워야지"라는 말에 한 줄을 더해 볼 수 있겠습니다.

"나도 당신 말에 더 귀 기울여 볼게."

매번 차분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설명을 세 번째 반복하다 보면 답답함이 올라옵니다. 다만 그 답답함이 상대를 깎는 말이나 표정으로 넘어가기 전에 잠깐 멈추면 됩니다. 이미 날카롭게 말했다면 "아까 내가 급하게 말했어, 미안해"라고 덧붙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아내가 모국어로 가족이나 친구와 통화하는 모습을 한 번 지켜봐 주세요.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는 보이지 않던 면이 그 안에 있습니다. 유쾌하게 농담을 던지고, 자기 의견을 분명히 말하고, 상대의 고민을 끝까지 들어 주는 모습입니다. 두 개의 언어를 가진다는 것이 결핍이 아니라 자산이라는 사실은,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사람은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아직 충분히 듣지 못했을 뿐입니다.

주연국제결혼은 결혼 이후의 생활을 준비할 때 서로를 대하는 태도까지 함께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가족이 한국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일에는, 그 사람이 이미 살아온 삶을 존중하는 마음이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입국 대기 기간의 연락 문제처럼 작은 오해가 쌓이는 상황도 같은 태도에서 풀립니다.

한국어가 능숙해질 때까지 존중을 미뤄 두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오늘 서툰 말로 먼저 이야기를 건네는 그 사람도, 우리와 똑같이 존중받고 싶은 어른입니다.

자료 출처

Rovetti, J., Sumantry, D., & Russo, F. A. (2023). Exposure to nonnative-accented speech reduces listening effort and improves social judgments of the speaker. Scientific Reports, 13, 2808. (doi.org/10.1038/s41598-023-29082-1) · Gluszek, A., & Dovidio, J. F. (2010). Speaking With a Nonnative Accent: Perceptions of Bias, Communication Difficulties, and Belonging in the United States. Journal of Language and Social Psychology, 29(2), 224–234. (doi.org/10.1177/0261927X09359590) ※ 위 두 연구는 외국어 억양과 사람에 대한 평가, 의사소통 경험을 다룹니다. 한국의 다문화가정을 직접 분석한 자료는 아니며, 본문의 대화 예시와 실천 제안은 이를 참고해 주연국제결혼 연구소가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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